구석기인은 아무 나무나 태우지 않았다
-
김소영
2026.07.31
-
- 0

김소영 (전곡선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여름이면 으레 그늘을 찾게 된다. 특히 무더위가 이어지는 요즘은 숲이 만들어 주는 시원한 그늘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무는 그늘을 드리우고 열매를 내주며, 때로는 땔감이 되어 불을 지핀다. 구석기시대에도 숲은 인류의 생존을 떠받친 중요한 터전이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불을 피우고 유지하는 나무는 가장 필수적인 자원이었다. 불은 추위를 견디고, 음식을 익히고, 맹수를 막고, 어둠을 밝히는 데 꼭 필요했다. 불을 다루는 기술은 곧 살아남는 기술이었다.
그렇다고 아무 나무나 땔감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나무를 고르고 언제 모으며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였다. 잘 마른 나무는 불이 쉽게 붙고 연기가 적으며 오래 탄다. 굵은 나무는 오랫동안 화력을 유지하고, 잔가지는 불씨를 살리는 데 알맞다. 오늘날 캠핑에서 장작을 고르듯 구석기시대 사람들도 불의 용도에 따라 연료를 달리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숯과 재를 분석한 연구를 통해서도 연료의 종류에 따라 불의 성질과 화력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같은 화덕이라도 음식을 익히는 불과 오랫동안 열을 유지하는 불에는 서로 다른 연료를 사용했다.
땔감은 그날그날 아무 나무나 주워 쓰는 자원이 아니었다. 체코의 후기 구석기시대 파블로프(Pavlov) 유적 연구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같은 장소를 여러 차례 찾으면서 주변의 마른 나무를 대부분 연료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에서 마른 나무가 다시 충분히 쌓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다음 방문에 대비해 살아 있는 나무를 미리 베어 말린 뒤 연료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이야기한다. 땔감을 마련하는 일에도 계획이 필요했던 것이다.
연료는 나무만이 아니었다. 같은 체코의 후기 구석기시대 프르제드모스티(Předmostí) 유적에서는 화덕에서 숯보다 불에 탄 매머드를 비롯한 대형 동물의 뼈가 더 많이 발견된다. 연구자들은 이 뼈들이 먹고 남은 부산물이 아니라 화덕에 넣은 연료였다고 해석한다. 뼈는 오래 타고 높은 열을 유지하기 때문에 나무와 함께 사용하거나 나무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중요한 연료가 되었을 것이다. 반면 인근의 돌니 베스토니체(Dolní Věstonice) 유적에서는 침엽수 숯이 많이 확인된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도 주변 환경에 따라 연료를 선택하는 방식은 달랐다.
우리나라 후기 구석기 유적의 숯과 꽃가루 분석에서는 소나무속과 잎갈나무속 같은 침엽수가 반복해서 확인된다. 마지막 빙하기에는 지금보다 춥고 건조한 기후 속에서 이런 나무들이 널리 자랐으며, 당시 사람들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침엽수를 주요 연료로 이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까이에서 구하기 쉽고 불도 잘 붙는 나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은 나무만 있으면 피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나무가 잘 타는지, 언제 모아야 하는지, 얼마나 말려야 하는지, 어떤 연료가 더 오래 열을 내는지를 오랜 경험을 통해 익혀야 했다. 구석기시대 사람들에게 땔감은 숲에서 손쉽게 얻는 자원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고 계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생존 자원이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자연을 이해하고 그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만큼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갈수록 더워지는 오늘의 지구에서 우리 역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지혜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여름, 숲과 나무 그늘이 어우러진 전곡선사박물관에서 구석기인들의 생존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다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표지사진 : 박비오 (2018년 8월 촬영, 박물관 입구)


